부산독립영화협회
MADE IN BUSAN 6
- 1시놉시스
대리운전 콜을 잡는 전쟁을 치르며 휴대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현실과 진상고객에게 듣는 모욕적인 욕설까지 묵묵히 감내하며 목적지까지 차를 몰아야 하는 여성대리기사들의 시린 삶의 현장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한 건이라도 콜을 더 타기 위해 새백까지 자신을 혹사해야 하는 이들도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대리기사들의 상호부조 조직인 ‘카부기공제회’에 가입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언니,동생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서로 애환을 나누며 심야화장실 찾기 앱도 만들고, 자기보다 더 어려운 대리운전 기사를 돕기 위해 십시일반하는 공동체도 키워나간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여성대리기사들의 잡초같은 생명력도 만만치 않다.
- 1프로그램 노트
매일같이 밤의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처에 있지만 좀체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를 ‘밤의 유령’이라 칭하는 이들의 직업은 대리운전수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영화 속 인물의 말을 그대로 옮겨봤지만, ‘콜’에 웃고 ‘콜’에 우는 이들을 실생활에서 만나기가 대단히 어려운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진 않다. 다만 <밤의 유령>은 그간 우리가 자세히 보거나 들으려하지 않았던 여성 대리운전수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한 고초를 보여줌으로써 그 ‘볼 수 없음’의 속뜻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바디캠에 고스란히 담긴 심야의 행로에 시선을 겹치다보면 노동의 현장에 도사리는 비상식적 폭력에 덩달아 분개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거친 호흡으로 전해지는 실제 상황을 단순히 극화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단 점이 이 다큐멘터리를 감동적인 시선으로 보게 한다. 서로 연대하는 공동체 내부의 움직임과 그런 이들에게 건네지는 따스한 손길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이들의 유령성이 실로 어디서부터 규정되었는지 되묻는다.(함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