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물다섯 번째 부산독립영화제가 개막합니다. 올해 부산독립영화제는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립니다. 여름을 보내며 무더위와 내리쬐는 햇볕, 울창함과 먹구름을 오가는 대지와 하늘이 없다면 어디선가 불쑥거리는 아쉬움을 달래느라 마음을 쏟아야 할 겁니다. 스물다섯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며 지난 영화제를 더듬어 보니, 여름을 앞두거나, 지난 뒤 개최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늦은 가을, 겨울의 입구에서 영화제를 열어 왔습니다.
올해 25회를 맞는 영화제도 어김없이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계절에 열립니다. 팬데믹과 함께라 더 시리기도 했지만, 영화제의 하루가 마무리되고 집으로 걸음을 옮길 때면, 밤을 채운 찬 공기가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지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흩어지는 가로등 아래를 걸으며 움츠리던 몸과는 반대로 가끔 구석에서 생겨나는 마음이 그랬습니다. 올해 영화제를 찾아올 그 마음들을 모아 어린 시절 소풍에서 단체 사진처럼, 동료들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며 남겨진 활동사진처럼, 애써 브이를 그리며 찍어보지만 어색함이 묻어있는 가족사진처럼. 그 마음과 시간을 남겨 놓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겁니다.
영화제가 무엇인지 증명해야 하는 순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턱 밑까지 차고 오르지만 꺼낼 수 없는 생각이 저렇게 스치는 마음과 시간입니다. 지역에서 영화와 영화제를 만들며 보내는 시간이 가을처럼 청명하지만은 않습니다.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지만, 이 비와 바람은 쨍쨍한 햇볕 아래서 무언가를 성장시킵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며 비바람이 드문 계절을 향하지만, 으르렁거리는 먹구름이 잔뜩 보입니다.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나지막이 쌓아 올린 것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불온한 비와 바람을 예감합니다. 훗날 올해 영화제를 떠올리며, 이 비와 바람을 싱거운 후일담으로 꺼낼 수 있게 많은 이들의 마음이 영화제를 찾아주었으면 합니다. 극장을 나서는 웅성거리는 걸음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부산독립영화가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지켜온 것처럼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일러스트 김국태
제작의도
우리의 사진첩에 들어있는
과거, 현재, 미래의 한때,
부산독립영화제.
연출의도
4:3, 1.85:1, 2.39:1
연출
이성욱 (feat. Gimnyeong Beach)
지역 유일의 부산독립영화 경쟁 부문, 부산독립영화의 다양한 색채와 가능성,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 출품작 총 61편(극영화 49편, 다큐멘터리 8편,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1편) 중 14편의 단편영화(극영화 10편, 다큐멘터리 4편) 와 2편의 장편영화(극영화 2편)가 4개 부문의 본상과 1개 부문의 특별상을 두고 경합한다.
부산독립영화 감독들의 장편 신작과 신작 감독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나우], 부산독립영화의 오랜 성취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리와인드]로 나뉜다. 영화는 계속 상영되고 사람들에게 기억될 때 의미를 잃지 않는다. 스펙트럼 부산을 통해 계속되는 부산독립영화의 성취와 흐름을 조망한다.
제25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준비한 특별상영 프로그램이다.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나누며 그의 작품세계에 다가가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올해 시네토크에서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온 영화감독 김영조의 영화세계를 탐험하며 무언가 떠났거나 떠남을 예정한 자리를 끝끝내 찍어 남기는 그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듬직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산 외 지역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들 가운데서 주목해야할 성취와 가능성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영화라는 가능태를 끊임없이 모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11편의 장, 단편들을 통해 한국독립영화의 최신 지형을 그려본다.
답습되는 제작방식의 통치(Cracy)에서 벗어나 독립(Indie)적이고 개별적인 다채로움으로 표출되는 부산독립영화와 우리의 오늘을 발견하던 이 섹션은 이강현 감독의 작품과 함께 그에 닿아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로 꾸몄다. [포럼-인디크라시 : 좌초된 에버기븐호]라는 명제 아래, 4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을 모아 이강현이라는 작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시: 2023.11.16. - 11.20.
장소: 영화의전당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무사이극장
주최: 부산독립영화협회
주관: 부산독립영화제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