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놉시스 가수 이석훈의 팬이자 뇌병변장애가 있는 해리는 언젠가 혼자 바깥 세상으로 나가보는게 꿈이다. 어느날 보호자 없이 나가게 되는 해리는 여러 사람과 상황들을 만나게 된다.
1프로그램 노트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해리는 엄마에겐 언제나 보살핌이 필요한 딸이다. 일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은 해리는 평소 좋아하는 가수의 존재로 그 시간을 채우곤 한다. 여느 때처럼 창밖을 내다보던 어느 날, 혼자 전동휠체어를 타고 유유히 길을 가는 낯선 사람을 보며 해리는 마음에 부는 바람을 느낀다. 영화는 해리의 방에서 시작해 거실, 아파트 입구를 지나 도심을 가로질러 경계지대까지 공간을 넓혀간다. 누군가에게는 친숙한 일상의 반경이지만,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 처음으로 밖을 나선 해리에겐 발이 닿는 곳마다 일상적이면서 동시에 비일상적인 공간으로서 마주하게 된다. <나의 또 다른 세상>은 해리와 해리가 만나며 관계 맺는 모든 대상들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을 담담히 지켜본다. 이는 영화가 일관되게 견지하는 태도이자, 세상의 모든 ‘해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요청으로도 이해된다. 시작부에서 해리가 공들여 만들던 모자이크 안에는 삐뚤빼뚤 제멋대로 조각난 종이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작품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 <나의 또 다른 세상>은 제가 가진 모양새를 그대로 인정하며, 서로 어깨를 겯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하고 긍정하는 영화다.(이남영)
1시놉시스 “내 피난 갔을 때 12살 먹었거든 피난 갔다가 집에 오니 연기가 솔솔 나는 거라”
6 .25 전쟁이 끝나고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셨을 때. 집은 다 타버려 연기가 나고 있었다. 집을 복구하기 위해,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집을 다시 지어가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70년. 시간이 흐르면서 집은 서서히 모습을 변해갔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거쳐 갔다. 그동안, 집은 할아버지와 함께 자리를 지키며 가족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자는 '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1프로그램 노트 영화 속 화자들이 말하는 그 집은 화자들이 존재하기 전부터 집으로서 존재했을 것이다. 영화 속 나이가 가장 많은 할아버지의 증언 속에서 그 집은 한번 불탔었다. 불탄 그 집은 할아버지를 통 해서 다시 재건되었다. 그 가문의 집이 여기에 있다. 이 집에 대한 추억들이 영화 속 내내 다양한 화자를 통해서 증언된다. 그 증언들은 오래된 일일수록 마치 어제 있었던 일 같이 생생하게 전해 진다. 오히려 화자들 중 어린 나이에 속한 사람들의 기억들이 일치하지 않는데 그래서 이 순간이 더욱 생경하게 다가온다. 집은 현재의 모습으로 촬영되었고 보여지지만 화자들이 말하는 기억들 의 시간은 모두 다르다. 여기서 여러 시점들이 생성된다. 그러나 모두 현재의 집을 보고 있다. 화 자들의 시점, 감독의 시점을 지나 영화의 시점은 관객인 나의 시점으로 이동한다. 영화 속 내가 가보지 않은 공간을 유심히 보다 보면 내가 실제로 가봤던 공간인 시골에 혼자 계신 할머니의 공 간으로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박천현)
1시놉시스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49일이 지났다. 시연의 가족은 외할아버지의 집에 모여 제사를 준비하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1프로그램 노트 소중한 이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남겨진 가족들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제사에 필요한 음식과 도구를 챙기고, 납골함을 정성껏 장식하고,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절을 올린다. 그리고 돌아온 집에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의논의 장을 펼친다. 물건은 대부분 버려지지만, 이것이 고인 생전의 필요에 대한 평가절하가 아님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아쉬움을 떨치려 모두가 온 힘을 다한 하루, 의례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자꾸만 분주해지는 몸짓들. 이것이 <49재>의 전부이고, 이런 영화를 닮아 죽음 이전의 삶과 오랜 사연은 덧없이 생략된다. 그런 한편, 이러한 풍경 속에 온전히 섞이지 않는 두 이미지가 눈에 밟힌다. 하나는 누구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가 죽음이란 사건 앞에서도 잃지 않는 천진한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 가운데 모든 것을 멀찍이 바라보는 노인의 짐짓 어색한 시선이다. 충격과 통곡으로 얼룩진 장면 없이, 일견 공백처럼 흘러가는 두 시간의 대비가 남기는 여운이 옅지 않다. 무엇보다 하루 끝자락에 홀로 남은 육체의 형상이 그 위로 내려앉은 어둠만큼 적적하다.(함윤정)
1시놉시스 함께 동거를 하는 연인인 기후와 수지는 여름 대낮에 자취방에서 섹스를 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모기가 나타나 그들을 방해한다. 무더운 날씨와 모기의 공격에 이들의 사이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1프로그램 노트 실내 온도 33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여름. 두 남녀가 고작 선풍기 바람에 의존한 채 누워있다. 여자는 책을 붙잡고 더위를 잊어보려 하는 반면,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자꾸만 성가시게 달라붙는다. 이에 짜증을 숨기지 않는 여자이지만, 들끓는 청춘답게 이내 ‘미친 날씨’를 극복하고 사랑의 행위에 빠져드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들의 귓가에 충격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가공할 만한 날개짓과 함께 흡혈을 예고하는 모기의 것임에 틀림 없다. 이렇게나 하찮고도 중대한 문제적 상황 앞에서 남녀는 어쩔 수 없이 잠시 물러선다. 그러나 이런 순간마다 유난히 수려해지는 남자의 언변에 여자의 마음은 도로 넘어가고, 이들은 다시 서로에게 가까워진다. 그런데 달콤한 몰입의 한가운데 또 한번 용감하게 침투한 모기 소리에 분위기가 전보다 더 살벌해진다. 어쩌다 불을 지핀 실내 치정극은 끝내 가볍지 않은 폭력의 연쇄로 번지는데. 이렇게 불쾌와 유쾌를 넘나드는 두 남녀의 소동은, 아니 두 사람과 한 모기의 활극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함윤정)